매년 저는 7월 30일이 지나야만
한 해의 마무리가 된 듯 느껴져요.
9년 전 7월의 그날 새벽,
수출선 선장이셨던 아빠의 배에서
다급한 연락을 받았고
예기치 못한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동안 많이 힘들었던 시절..
아직도 이맘때쯤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을 보면
여전히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3월,
춘천의 어느 작은 책방에서
운명처럼 마주한 그림책 < 화물선 >을 소개해봅니다.
글 아델 타리엘 그림 제롬 페이라
키즈엠
" 오늘 밤, 나는 하얀 갈매기가 되어요. "
그림책 속 ‘나’ 는 화자인 갈매기가 되어
선장을 쫓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답니다. :)
"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바다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해요.
어깨 위 황금빛 장식이 아니었다면
그를 못 알아볼 뻔했어요.
화물선 앞에서 그는 너무나도 작네요. "
저는 아빠 배에 가본 적이 있어요.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크고 넓었던 배.
배 라기 보다는 섬이라고 해야 할까.
웬만한 파도에는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저도, 아빠도
너무나 작디 작게만 느껴졌던 배.
지금 생각해보니
커다란 배 안에 있었던 화물은
누군가의 기대였고, 꿈 이였고,
미래였을 것이며 생명이었을 것..
" 어느 순간, 파도가 잠잠해지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해요.
바다는 다시 고요해져요.
고래들만 물을 뿜으며 헤엄쳐 가요. "
그림책 장면을 따라
저도 아득한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아빠의 편지 속에는
늘 돌고래 가족 이야기가 가득했어요.
지금 상상해 봅니다.
평온한 바다 한가운데
갑자기 큰 물결이 일렁였을 것이고
순간 가뿐하게 뛰어오르는 돌고래들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바다의 세계는 감히 가늠할 수 없었지만
편지로 들려주셨던 돌고래 이야기 덕분에
저에게 바다는 늘 활기차고 재미있는 곳으로
생각되어졌던 것 같아요.
" 그는 화물선의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가요.
다른 이들은 그를 기다려요.
그리고 서로를 보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심해요. "
저희 아빠와 함께 커다란 배 안에 승선한 선원들은
국적이 다양했다고 들었답니다.
특히 필리핀 선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그들의 사연도 매우 다양했지요.
지금 생각하니 ‘배’ 는
누군가에게는 스치는 낭만과 여행의 힐링 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일터이자 삶의 터전, 전쟁터였던 것.
그림책 장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선원들이 많았음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사실.
그럼에도 한 사람이라도 없을 경우
배의 존재가 위태로워지는 것.
배는 아마도 운명 공동체였을 것입니다.
사고가 나면 모두 운명을 함께 해야하기에 말이죠.
“ 안녕, 우리 아들! 아빠 왔다.”
그림책 마지막 장면을 보니
선장을 따라다니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던 갈매기는
선장의 아들이었어요. :)
아빠가 언젠가 말씀하셨죠.
“승연아, 넌 마도로스 딸이야~” 하하핫.
그렇죠. 저는 마도로스 딸이죠... 후훗.
그 말씀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는 걸 저는 잘 압니다. :)
이 그림책을 보면서 꼭 제가 쓴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책으로 여름에 글로 꼭 풀어내리라~
다짐했던 봄이었는데
어느덧 여름이 되었네요.
워낙 재미있고 유머러스하셨던 아빠였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넘쳐 나지만
오늘의 그리움은 여기에서 멈추는 걸로~ :)
더불어 저의 개인사 임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심에 마음 깊이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
함께 전합니다 :)
제가 지금은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지만
당시 제가 페북에
아빠의 부고 소식과 함께 남겼던 글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해봅니다.
그렇게 올해의 7월을 또 한번 잘 흘러보내며...
마음 가는대로.. 흘러가는대로.. 그렇게....그렇게..
====================================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 가 주어진다면..
어렸을 적 들려주셨던 뜸뿍새와 등대지기 노래를
더 오래 듣기 위해 잠을 자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아빠가 제 뺨에 볼을 부벼대며 키스를 퍼부을 때
따갑다 하지 않고 함께 부비며 사랑한다 말 할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아빠가 보내주신
수없이 많은 손 편지들에 대한 답장을 귀찮다 하지 않고
하나하나 다 써서 읽어 드릴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딸의 신혼 여행 가방에 몰래 넣어주셨던 손편지에
감동 받아 울고만 있지 않고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아빠 딸로 태어나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이야기 할 것 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가수 이선희씨 노래를 틀어놓고
함께 유치한 춤을 추었던 아빠와
한 곡 두 곡이 아닌
밤이 새도록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출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양손 가득 늘 들려있던 우리들 선물 말고
당신을 위한 물건도 좀 사라고 잔소리 할 것 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사진 찍기를 좋아하셔서 늘 셔터를 누르셨던 아빠에게
사진을 왜 이렇게 많이 찍냐고 잔소리하는 대신
나랑 한번 더 찍자고 졸라 댈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외손주 대희가 갓난아기 적 아빠가 대희를 안고 재우며
"너희 셋을 아빠가 재우면 다 잘 잤어"라고 말씀 하실 때
알겠으니 좀 쉬시라고
대희는 내가 재우겠다고 말 할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 가 주어진다면...
마지막은 가족과 함께 하자고..
바다로 가지 마시라고 붙잡을 것 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 가 주어진다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저희들 키우시느라 그 동안 애쓰셨다고..
당신 딸로 태어나 참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고
수없이 말씀드릴 것 입니다..
2015년 8월 4일 딸 승연 드림....
====================================
2024년 7월의 여름, 어느 날 다시 한번 보내드리며..
그렇게 또 한 번 안녕..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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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저는 7월 30일이 지나야만
한 해의 마무리가 된 듯 느껴져요.
9년 전 7월의 그날 새벽,
수출선 선장이셨던 아빠의 배에서
다급한 연락을 받았고
예기치 못한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한동안 많이 힘들었던 시절..
아직도 이맘때쯤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을 보면
여전히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3월,
춘천의 어느 작은 책방에서
운명처럼 마주한 그림책 < 화물선 >을 소개해봅니다.
글 아델 타리엘 그림 제롬 페이라
키즈엠
" 오늘 밤, 나는 하얀 갈매기가 되어요. "
그림책 속 ‘나’ 는 화자인 갈매기가 되어
선장을 쫓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답니다. :)
"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바다로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해요.
어깨 위 황금빛 장식이 아니었다면
그를 못 알아볼 뻔했어요.
화물선 앞에서 그는 너무나도 작네요. "
저는 아빠 배에 가본 적이 있어요.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크고 넓었던 배.
배 라기 보다는 섬이라고 해야 할까.
웬만한 파도에는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저도, 아빠도
너무나 작디 작게만 느껴졌던 배.
지금 생각해보니
커다란 배 안에 있었던 화물은
누군가의 기대였고, 꿈 이였고,
미래였을 것이며 생명이었을 것..
" 어느 순간, 파도가 잠잠해지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해요.
바다는 다시 고요해져요.
고래들만 물을 뿜으며 헤엄쳐 가요. "
그림책 장면을 따라
저도 아득한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아빠의 편지 속에는
늘 돌고래 가족 이야기가 가득했어요.
지금 상상해 봅니다.
평온한 바다 한가운데
갑자기 큰 물결이 일렁였을 것이고
순간 가뿐하게 뛰어오르는 돌고래들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바다의 세계는 감히 가늠할 수 없었지만
편지로 들려주셨던 돌고래 이야기 덕분에
저에게 바다는 늘 활기차고 재미있는 곳으로
생각되어졌던 것 같아요.
" 그는 화물선의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가요.
다른 이들은 그를 기다려요.
그리고 서로를 보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심해요. "
저희 아빠와 함께 커다란 배 안에 승선한 선원들은
국적이 다양했다고 들었답니다.
특히 필리핀 선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그들의 사연도 매우 다양했지요.
지금 생각하니 ‘배’ 는
누군가에게는 스치는 낭만과 여행의 힐링 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일터이자 삶의 터전, 전쟁터였던 것.
그림책 장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선원들이 많았음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사실.
그럼에도 한 사람이라도 없을 경우
배의 존재가 위태로워지는 것.
배는 아마도 운명 공동체였을 것입니다.
사고가 나면 모두 운명을 함께 해야하기에 말이죠.
“ 안녕, 우리 아들! 아빠 왔다.”
그림책 마지막 장면을 보니
선장을 따라다니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던 갈매기는
선장의 아들이었어요. :)
아빠가 언젠가 말씀하셨죠.
“승연아, 넌 마도로스 딸이야~” 하하핫.
그렇죠. 저는 마도로스 딸이죠... 후훗.
그 말씀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는 걸 저는 잘 압니다. :)
이 그림책을 보면서 꼭 제가 쓴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책으로 여름에 글로 꼭 풀어내리라~
다짐했던 봄이었는데
어느덧 여름이 되었네요.
워낙 재미있고 유머러스하셨던 아빠였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넘쳐 나지만
오늘의 그리움은 여기에서 멈추는 걸로~ :)
더불어 저의 개인사 임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심에 마음 깊이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
함께 전합니다 :)
제가 지금은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지만
당시 제가 페북에
아빠의 부고 소식과 함께 남겼던 글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해봅니다.
그렇게 올해의 7월을 또 한번 잘 흘러보내며...
마음 가는대로.. 흘러가는대로.. 그렇게....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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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 가 주어진다면..
어렸을 적 들려주셨던 뜸뿍새와 등대지기 노래를
더 오래 듣기 위해 잠을 자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아빠가 제 뺨에 볼을 부벼대며 키스를 퍼부을 때
따갑다 하지 않고 함께 부비며 사랑한다 말 할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아빠가 보내주신
수없이 많은 손 편지들에 대한 답장을 귀찮다 하지 않고
하나하나 다 써서 읽어 드릴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딸의 신혼 여행 가방에 몰래 넣어주셨던 손편지에
감동 받아 울고만 있지 않고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아빠 딸로 태어나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이야기 할 것 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가수 이선희씨 노래를 틀어놓고
함께 유치한 춤을 추었던 아빠와
한 곡 두 곡이 아닌
밤이 새도록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출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양손 가득 늘 들려있던 우리들 선물 말고
당신을 위한 물건도 좀 사라고 잔소리 할 것 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사진 찍기를 좋아하셔서 늘 셔터를 누르셨던 아빠에게
사진을 왜 이렇게 많이 찍냐고 잔소리하는 대신
나랑 한번 더 찍자고 졸라 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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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으니 좀 쉬시라고
대희는 내가 재우겠다고 말 할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 가 주어진다면...
마지막은 가족과 함께 하자고..
바다로 가지 마시라고 붙잡을 것 입니다..
만일 제가 아빠랑 함께 할 수 있는
단 '하루' 가 주어진다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저희들 키우시느라 그 동안 애쓰셨다고..
당신 딸로 태어나 참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고
수없이 말씀드릴 것 입니다..
2015년 8월 4일 딸 승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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