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유가족 < 내가 가장 슬플 때 >

승연
2024-04-15
조회수 906

세월호 10주기, 

특별한 그림책 한 권 소개해 드립니다. 

 

< 내가 가장 슬플 때 > 

글 마이클 로젠 그림 퀜틴 블레이크

비룡소

회색빛으로 가득한 표지 의 한 중년 남성이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걸어갑니다.

무엇이 이토록 이 남자를

우울 속에 갇히게 만든 걸까요.

 

그림 속 남자는 활짝 웃고 있지만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 이 그림은 내가 슬퍼하는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그림 속의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실은 정말 슬프지만 행복한 척하는 겁니다.

내가 슬퍼 보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봐

행복한 척하는 겁니다. ”

 

왜냐하면 그의 아들 에디가

더 이상 그의 곁에 없기 때문이지요.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듯

그림책 속 아버지도

에디를 애지중지

넘치는 사랑으로 키웠겠지요.

욕조 안에 구름 같은 거품을 만들어

후후-! 불며 즐거워했을 것이고

장난감 트럭, 굴삭기로

바다 모래를 퍼 나르며

흙 장난을 하며

굴을 파고 다리를 놓기도 했을 것 입니다.

 

걷지도 못하는 아가 때부터

축구공을 차게 해

미래의 국가대표 선수의 꿈을

아빠와 함께 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책 속 아버지는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봅니다. 

 

슬픔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고,

샤워하면서 비명을 지르기도 하며,

고양이에게 해코지도 하지요. 

 

하지만 창밖을 내다보니

에디가 없는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사람들은 잘 살아가지요.

“그리고 생일을....

나는 생일을 정말 좋아해요.

내 생일 뿐 아니라,

누구의 생일이라도 좋아하죠.

생일 축하합니다...

뭐, 이런 것들 말이에요.”

 

에디의 생일 케이크 초는 열일곱 개!!

아마 에디의 마지막 생일 초였을 것 입니다. 

 

실제로 그림책 작가 마이클 로젠의 아들 에디는

열일곱 살이었고

수막구균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하룻밤 사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림책 마지막 장면,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두운 방안을 환하게 밝힙니다.

어둠 속 아버지는 

주먹을 꼭 쥔 채 작은 액자를 바라보고...

 

에디의 사진을 바라보며

슬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아버지의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 입니다. 

 

어둠이 모두 걷히고 나면

그림책 속 아버지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들도

새로운 내일을 맞이 할 수 있겠지요. 

 

사람이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경험하고 알게 되는 것은

부모 자식관계. 

 

존재 자체로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값진 경험을 하는 것이

부모 자식이기에

부모들은 자식을 세상 전부라고 말합니다.

 

10년 전 오늘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많은 부모님들이

세상 전부를 잃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아주 많은 비극적 요소들이 존재하며

그로 인해 저 마다의

고통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지요.

 

하지만 자식을 황망하게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들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눈물이 멎으면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눈물에 젖으면 보고 싶은 마음에,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많은 부모님들의 마음이 사무칠 것입니다.

 

사무친 이야기는 

슬픔과 고통의 경험과 맞물려 있기에

그 경험들은 

온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전부 타인의 아픔에 관한 일이겠지요.

 

시대를 견뎌내지 못한 이들과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유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기억해 주세요..

 4.16, 그날의 슬픔을... 


 오늘은 질문 대신 신형철 교수님의 글로 마무리 합니다. 


“ 내 아이가 어처구니 없는 확률의 결과로 죽었다는 

사실이 초래하는

숨막히는 허무를 감당하기 보다는,

차라리 이 모든 일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섭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

살아있는 자를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신은 그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입증하는 증거 앞에서

오히려 신이 발명되고야 마는 역설.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은 인간이

오히려 신 앞에 무릎을 꿇기를 선택하는 아이러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무신론자에게 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곧 사유와 의지의 패배를 뜻할 뿐이지만,

고통의 무의미를 견딜 수 없어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


신형철의 < 인생의 역사 >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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