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의 춤사위 <기억의 풍선> X <이토록 평범한 미래 >

승연
2024-12-20
조회수 106

 글 제시 올리베로스 그림 다나 울프카테 / 나린글

 

어느새 똑딱똑딱, 

올 한해가 정신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던 저의 바람들이

올해는 민들레 씨처럼 내려앉아

뿌리를 내리고 쑥쑥 자랐으면 했는데,

과연 그러했는지 뒤를 자꾸 돌아보는 요즘이에요.

 

“엄마와 아빠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오신 할아버지는

엄마와 아빠보다 많은 풍선을 가지고 계세요.

할아버지의 풍선 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기억이란..

잠시 잊은 듯 했지만 꺼내 놓는 그 순간,

그 시간 그 장소로 저를 인도하는 마법의 단서와도 같아요.

기억이 허용되는 한 영원히 유효할 단서들.

 

몇 년 전, 세월이 한-참 흘러 다시 만나게 된

반가운 상대에게 들었던 말이 있어요.

“ 너 그거 기억나? 우리 그때 배낭여행 가기로 했었잖아.”

 

지금 생각하면 찰나와 같던 눈부신 어린 시절이었고,

세월에 치여 잊고 살았던 기억이었어요.

 

상대의 말 덕분에 그때 시간, 그 장소로 순식간에 돌아가

함께 공유하고 기억되고 있던 ‘이야기’가 되어 다시 들추어졌어요.

 

다 지나갔고, 다 끝난 시간들 이라고 생각했는데

잊고 살다 세월이 한참 흘러 다시 돌아와

이야기 풍선이 되어

어느새 저의 손가락에 매어져 있었답니다.

알록달록한 풍선으로 말이죠.

 

종종 오래된 친구, 인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하곤 해요.

과거의 인연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내 생애의 일부인 까닭이기 때문이라고.

 

우리 모두 꽃 시절이었던 날들,

다양한 색색의 풍선 속 이야기들이

그렇게 두둥실 하나씩, 하나씩 피어오릅니다.

 

피어오른 풍선마다 시절 시절 매 순간 마음을 쏟는 것이 있었고

그것들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것들이었고

결국 그 순간이, 사랑하는 순간이었어요.


“ 어떤 때는 풍선 하나가 할아버지의 손을 떠나 날아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풍선이 날아가는 걸 눈치채지 못하셨어요.

할아버지의 풍선들은 점점 더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어요. ”

“ 할아버지는 마침내 은색 풍선마저 놓쳐 버렸어요. ”

 

풍선으로 피어오른 ‘이야기’들을

그림책에서는 ‘풍선’ 이라는 물상으로

너무나 잘 표현했어요.

 

할아버지의 색색의 풍선들에는 무덤덤 했던 날들도 있고,

쓰디 쓴 날들 사이, 이따금 마주한 달콤한 날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언젠가 부터 풍선을 하나 둘씩 놓치기 시작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풍선을, 기억을

붙들어 매 두려는 노력도 하지 않죠.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담긴 은색 풍선마저 

속절 없이 놓아 버리는 장면은

너무나 서글프게 합니다.

 

그림책은 기억이 사라져가는 과정을

풍선이라는 이미지로 시각화 하여 보여주지만

망각의 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삶은

고통이고 생존일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보다

그 기억을 함께 나누었던 다른 이들의 고통이

더 클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여전히 내 곁에 살아 있는데,

당신의 기억 안에 더 이상 내가 없으니...

 

그런데 망각은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망각은 삶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전환시키고,

삶을 환기 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래서 기억이라는 바다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망각이라는 친구가 불러 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어느덧, 한 해의 가장자리인 12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기에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자리에요.

 

저는 올 한 해의 기뻤던 순간,

감사했던 순간, 한없이 힘들었던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을...

가능한 많은 것들을...

가능한 오래오래...

아주 오래 기억하려 합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제가 원치 않아도

망각이라는 친구가 찾아와 24년 올 한 해의 기억을

다 갖고 떠나버릴 테니까요.

 

그러니 그날이 정말 온다면

그때도 여전히 제 곁에 살아 있을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잊지 못할 장면을 많이 만드는 것이기에

저와 시간을 함께 보낸 누군가 라면

당신의 기억 안에

여전히 제가 기억되고 있기를...

이왕이면 좋은 기억 안에 머물러 있게 되기를..

 

함께한 기억이 희미해졌더라도 저와 함께한 그때의 여운은

깊고 짙게 남게 되기를 바라며.....

 

“ 어느 시점부터 인가 줄곧 나를,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

 

"우리에게는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그 꽃잎 하나하나를 벌써 부터 기억하고 있다는 걸

네게 말하고 싶었던 것 일 뿐.“

 

” 그래서 그 밤을 보낼 수 있었던 거야.

자는 듯 마는 듯, 웃는 듯 우는 듯, 

한 사람을 기억하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라고 흥얼거릴 수 있어서."

                                                                                                         김연수 << 이토록 평범한 미래 >>中

 

영영 기억되고 싶은 최고의 기억,

잊지 못할 장면을 가득 담으며 살고  싶은 승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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