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링 <겨울, 나무> X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승연
2024-11-28
조회수 171

글 김장성 그림 정유정 , 이야기꽃


단풍 들고

낙엽 지고

서리 내리고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가을이라는 계절은 며칠 되지 않기에

소리 없이 왔다 마지못해 떠나버리는 것만 같아

늘 아쉬운 계절이에요.

 

결실을 맺는 절정의 순간,

홀연히 떠나버려 아쉬움이 큰 계절.

그래서 더 아련합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장 화려하게 물들이고

홀연히 사라질 때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계절, 가을.

 

얼마나 줄기를 올려야 하나

어디쯤 가지를 나눠야 할까

머뭇거리던 시간들

 견디다 견디다

살갗에 새긴 깊은 주름들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비로소 꽃도 잎도 열매도 아닌,

저 나무가 햇살에 빛나는 것을

 조용히 웃고  서 있는 것을


그렇게 가을 빛이 주는 차분함과 너그러움을

쫓기듯 떠나보낸 후 모든 것이 사라진 계절, 겨울이 왔어요.

 

익숙한 아름다움으로 머물러 있던 것들을

잘 떠나보내야만 하는 계절, 겨울.

 

그림책을 보며 초록 잎이 무성했던

꽃과 열매가 가득한 ‘청춘’이라는 시절로 향합니다.

수 많은 꽃들을 만나 경이로웠던 봄.

그래서 세상이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있는지 알게 되었던 

신록의 계절.

 

그 세상 안에서 살아가며 저의 얼굴에는 선들이 그어졌고 ,

성장했고 성숙했을 것이며

그러다 결국 끝이 보이는 계절, 겨울을

이제는 제법 자주 반복한 것 같아요. 

 

저는 겨울의 상징 ‘눈’이 가져온 시각적 변화를,

세상에 흩뿌려진 흰 빛을 많이 사랑합니다.

어른이 되면서 눈이 주는 불편함이

때로는 크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눈 오는 날은 들뜨는 날이고 포근한 날이에요.

 

그림책 속 앙상해진 겨울 나무의 모습이

진짜 나무의 참 모습으로 보여져요.

휴한기인 겨울이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겨울 나무처럼

어쩌면 겨울을 향한 지금의 제 모습이 

일년 중 가장 참 모습일 수 있겠습니다.

 

계절을 통과하며 견디다 살갗에 새겨진 제 얼굴의 주름들은

얼마나 줄기를 올려야 하는지

어디쯤 가지를 나눠야 하는지

머뭇거리던 시간들로 다가옵니다.


화려한 꽃과 열매를 걷어낸

겨울 나무에 비치는 온전한 햇살의 아름다움은

모든 것이 사라진 듯 하지만

모든 것이 태연하게 월동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불만도 없고, 걱정도 없고 , 가버린 계절에 대한 미련도 없고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어쩌면 겨울이란..

다 지나가 버린 슬픔이 아니라

또다시 꽃 피워내기 위한 시간. 

그러니 비로소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가버린 계절의 몫을 대신 살고 있는 차디찬 겨울,

계절 안에는 계절이 살만한 공간을 마련해 두어야 하듯

제 안에도 그 누군가, 그 무언가 들어설 자리 하나 쯤 

잘 비워 놓아야겠습니다.

 

첫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시기인 ‘소설’ 을 지나

큰 눈이 내려 보리를 포근하게 덮어주는 겨울날인 

’대설’ 을 향해 갑니다. 

그러다 한겨울에 이르러 

밤이 가장 길어진다는 동지도 곧 오겠지요.

 

사실 매년 겨울, 저는 꿈을 꿔요.

장소는 창이 아주 커다란 꼬치 집이나 해산물 집이었으면 좋겠고

겨울과 어울리는 정종을 한 잔 마시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

깊고 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 였으면 좋겠고.

게다가 예상치 못한 폭설까지 내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겨울이겠다 꿈을 꿉니다.

 

어젯밤, 정종과 술집 그리고 폭설까지는 아니었지만

스미다 선생님 한 분과 눈이 펄펄 내리는 거리를

깔깔 거리는 웃음으로 가득 채우며 휘청 휘청 걸었습니다.

알코올은 아니었지만 커피 한 잔과 케잌도 함께 했구요.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눈 오는 거리를 걸으며

매운 떡볶이 입에 물고 천방지축 돌아다녔는데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또래 아들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 나누며

여전히 거리가 떠나가라 깔깔깔 웃으며 돌아다닙니다. :)

 

세월만 훌쩍 지났을 뿐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인 착각을 일으키는 것을 보니

아직도 철 들려면 멀었는지…

아니, 어쩌면 제 진짜 모습일 수 이겠습니다. ㅎ

 

어쩌면 이파리와 꽃과 열매가 모두 사라져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겨울 나무처럼

이 겨울도 제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하니까요.

 

모든 것을 비워낸 겨울 나무의 모습.

한겨울 모든 것을 비워낸 나무는 온몸으로 눈을 받아들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저를 얼마나 비워낼 수 있을까.

저를 감싸는 모든 꽃과 열매를, 이파리마저도 비워내고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겨울,

겨울 나무처럼 완전히 비워낼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겨울, 온전히 제 자신이 되어 

세상에 없는 계절을 가장 아름답게 피워내고 싶다 

커다란 꿈을 꿔봅니다.

 

마지막으로 올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커다란 통창이 있는 술집에서 정종 한잔과 함께

깊고 짙은 대화를 물흐르듯 나눌 수 있는 누군가와

뜻하지 않은 폭설을 꼭 맞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ㅎ

 

“ ‘윈터링’ 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 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 이다. ”

                                                                                                                                                                        -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中


코코아 한 잔과 잔잔한 음악,

비몽사몽 낭만에 취한 승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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