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하지 못한 말 <말>X< 세상의 끝과 부재 중 통화 >

승연
2024-11-14
조회수 222

1년 동안 썼던 그림책 레터글을 시즌1로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시즌2부터는

그림책만이 아닌

글 책과 그림책을 함께 큐레이션 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오늘은 지난 제주 여행 때 방문한 소리소문 책방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 책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그림책 <말>을 함께 소개합니다.

 

요즘 저의 화두가 ‘책임져야 할 나의 얼굴’ 과

‘목소리와 말’ 이어서 인지 손에 잡히는 책이었어요.

 

이 책은 아날로그 전화가 놓여진 전시 공간에

관람객들이 수화기를 들면

타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고

나의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있는 전화기 부스를 마련하여

그렇게 쌓인 사연들 10만 통을 책으로 펴낸 것 이랍니다.

 

너를 사랑했는데, 너는 나를 택하지 않았어.

한번 다시 만나고 싶다.

지금 세월이 40년이 지났는데

한번 만나서 그때 다시 얘기하고 싶다. 31,519번째 통화

 

살면서 그저 스쳐 지나갈 사람들에게도

절절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책.

 

과시하고 무언가를 요구하는 계산적인 말이 아닌

그저 담담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이 너무 좋아

손에서 책을 뗄 수 없었어요.

 

얘들아, 쌤은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

일하기도 싫고 돈만 꽂혔음 좋겠단다.

너무 열심히들 사는 것 같아 지치고 쉬고 싶어.

빨리 집에 가자 얘들아. 77,848번째 통화


일 속에 살 때면

오고 가는 계산적인 말들에 파묻힐 때가 많아

진이 빠지고 힘이 들 때가 있어요.

 

수많은 울림의 순간을 깊고 은은하면서 편안하게,

그리고 저의 온전한 마음을 저의 결로

자연스럽게 말하고 전달하는 시간들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운 요즘.

 

함께 먼 길을 걷길 바랐어. 그뿐이었어. 69,050번째 통화

 

그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이 무엇인지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제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뒤를 돌아보니

닿지 못한 말들이 그동안 너무 많았고

어쩌면...

제 삶의 전체가 닿지 못할 부재중 전화를

끊임없이 거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땐 미처 하지 못한 말,

그래서 전할 수 없게 된 이야기.

그리하여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고 흩어져

끝내 닿지 못한 말.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했던 말,

하지만 끝끝내 닿지 못한 말,

그래서 피지 못한 꽃,

그리하여 이루지 못한 꿈.

 

그것들이 세월이 흘러 잊지 못한 시간들로 쌓였고

미완으로 남아 시린 아픔이 되어버린 시간들.

 

낙천적이고 즐겁게 보이는 사람들이 기분 좋아지는

그런 귀엽고 상냥하고 쾌활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거울 보면 그저 밋밋하고

조금은 지쳐 있는 나이든 중년 아줌마의 얼굴만 보이네.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지.

울지 않고 너무 억울해하지도 않고. 51,556번째 통화



글 책을 보며 예전에 소개했던

그림책 < 말 > 글그림 라울 니에토 구리디  을 

함께 큐레이션 해봅니다.

 

머뭇거리다가 하지 못한 말,

떠오르지 않는 말,

남들에게는 했지만

당신에게는 하지 않은 말,

그 밤에 속삭인 말,

가 닿지 못한 말,

가슴속에 품은 말,

그 말을 지금 당신에게 드립니다.


 

마음이란 신기하여

마음을 쓸수록 닮은 마음들이 저절로 다가와

오가는 ‘말’들 속에 마음이 움직여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해

그것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상대의 본심에 가 닿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세월은 흐르고

기회가 닿질 않아서, 용기가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타이밍을 놓쳐 후회하고.. 후회하고...

 

살면서 미처 하지 못한 말,

이제는 차마 전할 수 없게 된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강렬하며

때로는 애절하기도 할 품은 말들..

 

그렇게 건네지 못한 말들은 모두 사라져

끝내 닿지 못한다면

하지 못한 말들은 쌓이고 쌓여

커다란 그리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러니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다듬고,

읽어내지 못한 마음을 더듬으며

나의 마음이 커다란 그리움으로 변하기 전에 

건넬 수 있기를..


혹시 내가 상대의 말을 받게 된다면 

넉넉하게 잘 받아내어 삶을 잘 읽어낼 수 있기를..

 

그래서 상대의 말 너머에 있는 

마음과 삶을 잘 바라볼 수 있기를..

그 삶이 나의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기억 할 수 있기를...

그렇게 미처 하지 못했던 품고 있던 말들이 모여

나와 당신,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며칠 남지 않은 깊고 온화한 가을 날,

우리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겸손한 날들 되시길 바라면서…. :)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으니까.

진심은 결국 전해지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세상 끝의 바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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